예전 언젠가 큰 아이가 나에게 '아빠! 이번 아빠 생일에 뭐 받고 싶어? 내가 생일 선물 사줄께!' 말을 한적이 있었다. 가족 생일이면 어느날 어머니께서 아침에 끓여 주신 미역국을 먹고 학교 다니던 기억밖에 없던 학창 시절을 지나고 어느덧 가정을 꾸려 지내던 어느날, 생일날에는 생일 선물을 주고 받아야 한다는 관습을 알게된 큰 아이의 질문이 잠깐 당황스러웠다. 그 전에도 이런 질문을 받아 봤는지, 내가 다른 이에게 이런 질문을 해봤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할 정도의 생활 패턴을 가진 이는 나 말고 좀 더 있지 않을까?... 아이의 질문을 받고 바로 답할게 없어, '나중에 생각 나면 말해 줄까?' 대답했다.
컴퓨터 모니터에서 쏟아져 나오는 피곤한 광선을 피해 잠깐 회사 3층 테라스에서 봄날 따사로운 햇빛과 함께 달달한 믹스커피를 종이컵에 담아 마시며 큰 아이에게 답할 '내 생일에 받고 싶은 선물'을 고민해 봤다.
어렸을적엔 갖고 싶은 것도, 먹고 싶은 것도 참 많았었던거 같은데 어느새 다 큰 어른이된 지금에는 그 갖고 싶고, 먹고 싶던 그 무엇들이 생각이 나질 않는다. 생각이 나질 않는 것인지 아니면 그 욕구가 충족되어 버렸는지 도무지 모르겠다. 바닷물은 채워도 사람 욕심은 채울 수가 없다던데, 내 욕심이 다른 무엇인가로 채워 졌나? 그럴리가 있나?... 아이가 나에게 해줄 수 있는 '정도'라는 한계에 대한 현실적인 인식 탓에 축소된 범위 안에 '내가 갖고 싶은 생일 선물'이 없던 것일까? 그런 의식의 범위를 벗어나, 진짜 내가 갖고 싶은게 무엇인지도 고민해 봤지만 도무지 '지금 내가 갖고 싶은것'이 생각 나는게 없다.
집에 돌아가 같은 질문을 하는 아이를 안고서는 '아빠는 필요한게 다 있어서 갖고 싶은게 없는데 어쩌지? 하하하' 솔직하게 대답해 줬다. '생일에는 생일 선물 받아야 하니까 나에게 알려줘야해!!' 하는 아이의 대답에 또 말문이 막혀 웃어주기만 했다.
내 생일날 저녁, 아내가 차려준 푸짐한 저녁식사를 하면서 생일케익의 촛불은 아이들이 번갈아 가면서 꺼야 해서 생일 축하 곡은 한 2~3번 부른거 같다. 그 날은 생일 선물 대신 '아빠 생일 축하해!!' 색종이에 삐뚤삐뚤 씌여진 아이들의 편지를 받았다. 색종이 뒷면에 크래파스로 그린 아빠, 내 모습은 그럴싸 하게 나와 닮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