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 즈음에...

  잠시라도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남들에게 뒤쳐져 사라질 것만 같은 강박과 불안감으로 뭔가를 부스럭부스럭 끝없이 해야만 했던 20대를 지나고, 그 강박에 익숙해질 즈음엔 내가 30대를 지나고 있었음을 인지 했던것 같다. 거창하게 내세울 것도 없지만 그 강박과 불안감을 이겨 내고자, 주어진 환경과 힘 닿는 범위 안에서 너무도 치열하게, 그리고 내가 맞다고 생각하는 신념과 확신이라면 그거 하나만 믿고 참말로 징글징글하게 열심히 살았다. 다시 돌아가라면 죽기보다 싫을 만큼 말이다.
  콘크리트, 강철과도 같던 굳은 신념이 부서지고 깨지며, 세상에 영원한건 아마 없을 것 같다는 것을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이해하게 될 때 즈음에서야 내가 중년을 지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돈 몇 푼에 구질구질했던 시절보다 물질적으로 풍요하지만, 아무것도 하기 싫고 뭘 해도 재미 없고 갖고 싶은 것도, 먹고 싶은 것도 없을 때가 잠시 있었던것 같다. 욕구와 호기심, 그리고 궁금증도 사라지고 모든게 귀찮고 성가시기만 할 때 말이다. 꼭 거쳐 가야만 하는 길이었던 건가?
  이제 내 일생중 반을 지났지만 여전히 부족하고, 여전히 모르겠고, 여전히 앞이 보이지 않는 안개 속에서 매 순간순간, 내가 가야 할 길목에 서서 결과를 알 수 없는, 끝없는 의사 결정을 해야만 하고 있다. 그 결정이 옳은 것인지, 유익한 것인지, 필요한 것인지 그리고 시간이 지나고 이 판단에 후회가 생기진 않을 것인지... 알 수가 없다. 그래서 재미있다는 것일까? 더이상 무료해 지지 않는 것일까?
  쉬는날 아침이면 운동을 한다. 숨이 턱밑까지 차오르도록 남은 힘을 쏟아 붓고 나면 머릿속은 잠시나마 하얗게 지워지고, 잊고 지냈던 내 심장소리가 아직 힘차게 뛰고 있음을 내 귀로 확인 할 수 있게 된다. 참으로 기쁜 순간이다.
  다행스럽게도 아직 난, 해보고 싶은게 여전히 많다. 또 그렇게 부서지겠지만, 내가 지금 옳다고 생각하는 신념은 아직 굳건하다 믿고 있다. 전에도 그랬지만 이거 하나 믿고 간다. 그리고 여전히 그럴 수 밖에 없다. 앞으로도 그럴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내가 지금 알고 있는 것이 거기까지 밖에 없으므로 말이다.
  어제의 나에게, 1년전, 10년전 그리고 20년 30년전의 나에게 조언을 해줄 수 있다면 그냥 '열심히 살어' 이거 밖에 없다.
  참 열심히 살아줘서 잘 했다는 칭찬과 함께...

댓글 2개:

  1. 진짜 대단하신것 같아요 글도 잘쓰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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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감사합니다.
      제가 글을 좀 잘 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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